본문 바로가기
diary/2023

20230602

by 순애_ 2024. 8. 28.

운 좋은 날이네요 푸른 하늘에 구름은 얼마나 태평한지 이 풍경이 나를 거듭 살고 싶게끔 만들어서 여름을 증오하지 못하게 만들어서 속이 울렁거렸습니다
사랑받고 싶은 마음, 그것이 큰 욕심이었다는 것을 죽음을 폐 속에 집어넣고 알았으므로 그것이 저의 유일한 후회입니다
아, 저는 끝까지 생존을 바라는군요 제 생을 이렇게 만든 주범은 어쩌면 저의 아픔을 잊었는지도 모르겠어요
그러나 그들이 내심 속 한편에 죽은 나를 두고 산다고 말하면 죄송합니다만, 그것만으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이 인간은 이미 불행을 넘어 폐허가 되어 버렸거든요

선생, 제가 어디까지 살 수 있을 것 같은가요?
나그네가 걷던 발걸음이 사후의 세계로 향하는 것만 같아 선생에게 묻습니다,
하면 선생은 대부분의 환자를 보듯 다리를 꼬고 앉으며 세상에서 가장 상투적인 말을 하는 것입니다
그때 저는 생각하지요 나의 죽음은 참으로 대수롭지 않구나

선생, 제 활자에는 악의가 없습니다 누군가에게 더 이상 피해가 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은 체념한 지 오래입니다
어쩔 수 없이 일어나는 일들에 제가 무슨 말을 덧붙일 수 있을까 싶은 겁니다
도무지 해야 할 일을 할 힘이 나질 않습니다 그로 인하여 제 생의 절반 이상이 동강났는데도 말이죠
저는 거듭하여 생을 반으로 자르고 잘라 죽음으로 내몰고 있습니다 자꾸만 삶을 곡해하려 드는데 통제가 되질 않고 타인과의 화해는 갈수록 어그러집니다

선생, 제가 어디까지 살 수 있을 것 같은가요?
세상엔 화가 너무 많습니다 울분보다 눈물이 많은 저에게 이 세상은 적당하지 않아서 자꾸만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삶의 별칭은 지옥 그리하여 서로를 이해하려 들지 아니하고 반복하여 가해자가 되어 칼을 들어 푹푹 찌르고 피가 튀면 그건 네 탓이다, 괴성을 지르고 야유가 들리고 그러나 우리를 짓누르는 건 하늘이 아니라 거대한 인간일 겁니다 아이러니하게도요
우린 수평선에 과할 만큼 무정했고 모두 바다를 수족관 보듯 신비롭게 보고 핸드폰에 담지만 정작 고요의 바다를 볼 줄 아는 사람은 드물다는 것을 우린 너무 늦게, 늦게 알아 버렸습니다
낯익은 한숨 소리가 들리면 저는 불안에 질식하며 첫사랑부터 하나하나 망각하지요
아, 선생이여 이 생의 마지막은 아마도 당신에게 당신에게 맡기고 싶군요

'diary > 2023'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30616  (0) 2024.09.17
20230414  (0) 2024.08.29
20230510  (0) 2024.08.19
20231224  (0) 2024.08.13
20230204  (0) 2024.0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