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생각들이 나를 덮친다 끝이라는 말이 하고 싶은 걸까 이미 끝이 보이는 것을 보내지 못 해 질질 끌리는 것이 문제라 말 하나 수 없이 많은 생각들이 어느 하나 잡을 수도 없이 빙빙 돌아서 무슨 마음인지 알 수 없다 끝이라는 건 죽도록 싫지만 끝을 내야만 한다는 건 어렴풋이 느낀다 사랑이 맞았을까 아님 우린 그저 서로를 동정하였나
그때의 나는, 무언가 잘못되어간다고 여기면서도, 대체 뭐가 어떻게 얼마나 잘못되어가고 있는지 같은 건 전혀 이해하질 못했다 그저 손쓸 도리 없이 우주 반대편으로 멀어지는 너를 그리고 나를 우리를 황망히 지켜볼 따름이었다 매일 네가 할퀸 상처가 몸 구석구석에 남았다 근데 그게 좋았다 고통의 크기만큼 면죄 받는 기분이었다 비겁하지 감정과 감각은 등가교환할 수 없단 사실을 그때의 나도 잘 알고 있었다 어떻게 진 빚인지도 모른 채 갚는 빛, 이번 생은 쓴 적 없는 마음을 갚느라 온통 할애할 것 같다 나는 멀어지는 네 표정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미간을 좁히고 있다
너를 사랑하지 않는 방법을 찾아야 했던 그 무수한 밤들은 이제 수많은 밤들 중에 하나가 됐어 누군가를 사랑하지 않는 것이 그다지도 어려웠는데 이젠 누군가를 사랑하는 게 참 어렵기도 해 사랑을 양껏 주는 내가 있는데도 나를 사랑하지 않는 너를 보며 마를 일 없는 베갯잇을 쥐어짜곤 했었는데 뚝뚝 흘러대는 눈물들이 내 맘을 적셔서 그걸 모아 또 네게 주곤 했었는데 내게 사랑을 주려는 사람들을 보니 이제야 네 맘을 한 움큼 정도 알아 사랑을 주는 것도 사랑해 보려 애쓰는 것도 조그만 눈길에도 일렁이는 누군가의 마음을 잔잔하게 토닥이려는 것도 꽤나 어둡고 긴 노력이었구나
diary/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