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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2023

20230914

by 순애_ 2024. 9. 20.

한 때, 여름에 관한 글을 처음 쓰기 시작했을 때. 그때는 이 모든 게 순간 지나갈 나의 어린 마음이라 생각했다. 가만히 감정을 배출하는 방법을 몰라 글을 씀으로써 해소하는. 실제로 글을 쓰면 그나마 그리움이 덜어지곤 했으니까. 하지만 몇 년이 지난 지금도 나는 여전하다. 달라진 게 없다. 시간이 지나면, 해가 거듭되고 스물이 지나면, 그러면 다른 글을 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열 아홉의 내가 얼마나 오만했는지.

너는 왜 그토록 여름을 닮았는가. 덕분에 나는 여전히 여름을 서성인다. 여전히 여름을 그리워하고, 여전히 여름에 관한 글을 쓰고. 때 아닌 겨울에도 코 끝에 네가 쓰던 향수 냄새 스치면 눈물이 핑 돈다. 목이 메여오고, 눈 시울은 붉어지는데 입조차 거짓말을 할 줄 모른다. 낮게 네 이름을 읊는다. 네가 내 이름을 부르면 나는 여름의 들판에 누워있는 상상을 하고, 네가 사랑을 발음하면 나는 이 여름에 잠겨 죽어도 좋겠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네가 나에게 사랑을 건네던 순간을 떠올리기만 해도 그렇다. 나는 지금 여전히 여름 들판에 누워 이 들판이 나를 휘감아도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너는 내가 참 겨울 같으면서도 따뜻하다고 했다. 내가 네게 사랑한다는 말을 구태여 건네지 않아도 너를 사랑하는 나의 마음을 너는 알 수 있다며 여름보다 겨울이 더 좋다고 했다. 그렇다면 한여름에도 내가 보고 싶어진다면 외출할 때는 철 지난 패딩을 꺼내어 입고 잠을 잘 때는 두꺼운 솜이불을 덮고 잔다. 그런 시덥잖은 농담을 건네며 나는 웃고 있었나. 내가 없던 지난 여름 동안 너는 비 같은 땀을 몇 번 흘렸을까. 나 이제 여름이 되어가는데 너는 여전히 겨울을 가장 좋아할까. 그런 무용한 생각이 드는 날은 유난히 마음이 쓸쓸하다. 오늘 밤에는 솜이불을 덮고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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