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writing/love

정언명제

by 순애_ 2024. 5. 6.

간지러운 마음이 사랑으로 변하는 일, 또 사랑을 하다 보면 유치하게 없는 걸 아는 영원을 비는 일, 말도 안 되는 약속들을 함부로 하는 일. 결국 그것들은 전부 관계 끝, 즉 화살로 변해 나를 망가뜨렸던 탓에 다시는 사랑하지 않겠노라 밤마다 두 손을 모았던 날들. 혹시 그런 내가 지금 너를 아주 깊숙이 좋아한다고 하면 믿을까.

사랑을 등지며 살자던 각오는 애초에 존재한 적 없었다는 듯 종적을 감췄고, 네 앞에만 서면 자꾸 서툰 사람이 된다. 머리칼 쓸어넘기듯 스르륵 사랑이 그렇게 쉬운 줄 알았더라면 대뜸 사랑한다고 말해버릴 걸. 말한다고 달라진 거 없었대도 내 마음 어땠는지는 알았을 텐데. 말 한마디에 눈물이 고였다가도 언젠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가 마음을 누가 쥐어짜는 듯 아프다가도 엄마 손으로 매만지듯 편안하기도 해. 이랬다저랬다 하는 내 모습이 전부 너로 인해 그런 거라고 하면 믿을까.

좋아 죽겠다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봐주면 벌에 쏘인 것처럼 따끔 하다가 점점 뭉근하게 아려와. 휘어지게 웃는 눈을 보며 하늘에 있는 별도 달도 다 때려 박아도 저만큼 예쁘게 반짝거리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종종 했어. 동그란 이름과는 다르게 세상 각진 얼굴을 하고 있는 너는 마음만큼은 이름처럼 동그랗고 따듯했어. 왠지 큰 사달이 난 듯해. 다들 이런 걸 사랑이라고 하던데. 이 사랑이 약인지 독약인지 마셔봐야 알겠지.

좋아해. 널 좋아해. 길쭉길쭉한 손가락들 사이로 내 손가락을 마주 잡으면 안정감있게 휘어잡는 네가 좋아. 단단한 네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불러주면 이름이 이렇게 예뻤었구나 하고 새삼 느껴. 너로인해 세상이 아름다워 보여 세상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을까 너에게 감사해. 너는 나를 버리지 않을 수 있니. 우리는 서로의 발붙일 곳이라는 걸 잊지 말자. 그러니까 네가 죽고 싶어질 때는 나를 생각해. 내가 죽고 싶어질 때는 너를 생각할게. 곧 멸망할 것 같은 이 지구에서 아주 슬픈 서로의 유일함이 되자. 엉망이 된 모습도 나는 좋으니까. 너의 낱낱을 사랑하는 내가 있으니까. 나는 아무것도 없는 너도 좋아할 거니까. 어떤 모양의 끝에 닿아도 여전히 사랑일 테니까.

어느새 턱 끝까지 차오른 감정은 마시고 죽어버린대도 사랑일 테야. 잘자, 사랑해.

'writing > love'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불안까지 사랑해  (1) 2024.05.19
나의 뮤즈  (0) 2024.05.09
또 한번의 고백  (0) 2024.05.05
우리 사랑할까  (0) 2024.05.02
사랑은 영혼을 불어넣어  (0) 2024.0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