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겉치레보다 내면이 더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된 이후로 나는 잔잔하고도 진심어린 것들을 사랑하고 있어. 빨간 지붕 포장마차에서 너와 먹는 뜨거운 우동과 어묵, 탄산이 다 날아가 버린 미지근한 맥주, 꽃잎이 두세 개 떨어진 채 내게 전해져 온 귀여운 꽃 한 송이. 그걸 쪼르르 들고 왔을 생각을 하니 너도 참 여전하고 순수해. 어쩌다 보니 조용하게 얼굴을 마주하고 두 손을 꼭 잡고 있는 우리. 오늘 하루 무척이나 힘들었을 텐데, 내 안부를 먼저 물어줘서 고마워. 네가 없을 땐 하루가 의미 없이 빠르게 지나간다며 투덜거리곤 했는데 언제부턴가 나도 모르게 하루가 빨리 지나가기를 기다리고 있어. 끈적이게 더운 여름도, 낡고 헤진 것들도, 끝이 너덜거리는 편지지도 나는 사랑할 수 있게 됐어. 원래 진짜 사랑은 이런 맛이 아닐까? 조금 시큼한데 뭔가 감칠맛 나고 약간 쌉 싸름한데 왠지 달콤한 거. 함께 할 수만 있다면 정말 끝도 없이 사랑스러운 상상을 하게 되는 거야. 요즘 나한테는 사랑이 그래. 모두 네 덕분이야.
너는 누구도 해주지 않던 말을 곧잘 해주었지. 너는 누구도 바로잡지 못한 내 수면 패턴을 잡아주었고, 또 너는 누구도 고치지 못한 내 바보 같은 버릇들을 많이 고쳐주었지. 너는 내 삶에 성큼 들어와 자꾸만 누구도 하지 못한 일을 하고, 그것도 모자라 이제는 사랑이 되려고 한다. 네 이과적 감성을 좋아해. 금방 괜찮아지고 마는 회복의 탄성을 좋아해. 지난 사랑을 애 도하는 방식을 좋아해. 술 마시면 잘 끌어안는 버릇과 네 눈웃음을 좋아해. 보고 싶단 말 대신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에둘러 표현하는 방식을 좋아해. 웃을 때 내는 소리를 좋아해. 손바닥에 남은 네 향기를 좋아해. 네 어깨의 완만한 경사를 좋아해. 자꾸만 머리칼을 만지는 버릇을 좋아해. 새벽에 잠깐 깰 때마다 날 보고 싶어 하는 너를 좋아해. 조수석에 앉아 노래를 따라부르는 너를 좋아해. 빈틈없는 연락과 내 꿈을 자주 꾸는 너를 좋아해. 나는 너를 좋아해. 너를 좋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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