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세상을 구하지는 못하더라도, 내가 후세에 이름을 남기지는 못하더라도, 내가 대단한 위인이 되지는 못하더라도, 나 너 하나에게만큼은 구원이고 싶은 꿈이 있다. 세상의 풍파를 모두 막는 방파제가 되고 싶었던 어린 시절 나의 야망은 그저 희생이 꿈이었던 듯 하다. 세상을 듣고 보고 자라서 어느샌가 나는 풍파에 같이 무너졌다가도 일어나는 강인함과 난간에 서있는 너에게 살아갈 용기를 주는 그런 구원을 꿈꾼다. 예쁘게 꾸며진 낭만을 얘기하는 게 아니라, 한 순간의 손길이 구원이 되기를 바라는 게 아니라, 책임이 따르고, 누군가의 원망이 따름에도 너와 나를 동일시하는 것. 바닥까지 가더라도 함께 추해지겠다고 다짐하고, 그 고통과 인내가 원래 나의 것이었다는 듯 감수하는 것. 나를 향한 너의 사랑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너에게 난 악역이 되어도 먼 훗날에 돌아봤을 때 너의 인생에 고마운 존재로 남는 것. 모두가 똑같을 때, 나만큼은 다르다는 것을 증명하고 또 증명해서, 그렇게 믿음을 잃지 않고 살아가게 해주는 것. 나의 꿈만큼이나 너의 꿈을 비는 것.
내가 어디에서,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도, 나 너 하나에게만큼은 구원이고 싶은 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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