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랑 앞에서 자주 넘어지는 애였다. 사랑은 얼마간 2인 3각 경기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어서, 어깨에 팔을 두른 사람과 발을 맞춰 적당히 적당한 속도로 나아가야만 발이 꼬이질 않는데, 그 사실을 자꾸만 잊어버렸다. 사랑 앞에 넘어진 나는 생각한다. 결승점도 등수도 없는 달리기에선 빨리 달리는 게 아니라 오래 달리는 게 중요하다고. 다시 일어난 나는 말한다. 당신과 좀 더 나란히 달리고 싶다. 당신은 내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 본다. 지나고 나서야 쓰린 걸 알아차린 까진 무릎은 놔두면 조만간 나을 것이다. 이 정도는 아무 것도 아니야. 나는 생각한다.
당신의 불안이 꿈속까지 따라가 많은 것을 뒤흔들어 놓는 날. 그때마다 나는 마음을 다잡는다. 어디서부터 당신을 다독여야 하는지와 어떻게 다독일지 방법을 찾고, 그 불안이 나를 지치게 하진 않을지 걱정할 당신을 위해 단단한 마음을 꺼내어 증명해 주는 일. 세상 모두가 등을 돌려도 나만큼은 조금도 돌아서는 발 모양새를 하지 않겠다는 걸 확인시켜주는 일. 물론 이런 나 또한 당신 불안에 속할 때가 있지. 굳이 왜 당신에게 마음을 전부 쏟아내는지. 왜 사랑을 해도 하필 꼭 불안정을 품고 사는 게 버릇인 당신을 사랑하냐 물었던 그날 밤처럼. 혹, 또 한 번 그날이 오면 똑같이 말해줄게. 사랑은 선택이 아니라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자리 잡아 깨닫게 되는 일이며, 나는 그 사랑에 순응했을 뿐이라는 걸. 결국 이 모든 건 내가 당신을 위해 하는 일이자 나를 위해 하는 일이라는 걸. 나는 당신의 찰나가 되고 싶지 않아. 당신과 나를 이어 붙여 계속 우리로 살고 싶은 마음. 이게 내 사랑이야.
사랑하면 지키고 싶은 게 많아진다. 지키고 싶은 게 많아지면 필사적이게 되고, 필사적이란 사실을 들키지 않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다하는 얼굴이란 좀 아름다운 구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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