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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ing/life

기억에 쌓이는 감정들

by 순애_ 2024. 10. 26.

당시에 완벽하다고 생각했던 일의 기억에도 돌이켜보면 구멍이 있다. 그땐 빈틈투성이었던 일의 기억 속에는 생각보다 가득한 마음이 있기도 한다. 어쩌면 기억은 그 시간에 멈추는 것이 아닌 시간의 흐름과 함께 변하기도 하는 건가 싶다. 아님 내가 변해서 그런 걸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절망에 매몰되어 있던 때 받았던 위로들은 시간이 지나고 또 다른 절망에 매여있는 내게 다른 의미를 남긴다. 기억에 켜켜이 다른 감정들이 쌓여 또 다른 마음이 피어 난다. 어떤 고마운 일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고마움이 쌓이고 예전에 슬펐던 일은 지금의 내게 따뜻함을 주기도 한다. 기억들은 계속 새로이 생겨나고 예전 추억들 위에도 새로운 감정이 쌓인다. 오늘도 옛 기억에 새로이 마음을 쌓고 그 기억을 또 저장한다.

죽고 못살만큼 끈끈하던 사이도 세월이 지나면 느슨해진다. 감춘 비밀을 모두 꺼낼 만큼 믿었던 사람에게도 실망할 날은 온다. 버릴 수 없던 소중한 물건도 없어지고 나면 빈 자리가 익숙해진다. 꼴 보기 싫고 미웠던 사람, 부럽고 질투났던 사람, 미칠듯 사랑했던 사람, 그들마저도 점점 희석된다. 한때는 이 사람 놓치면 다신 누구도 사랑하지 못할 것 같았고, 자주 만나서 떠들던 사람들과 평생 좋을 것만 같았고, 어떻게든 붙잡고 견디면 그가 나를 다시 사랑할 것 같았다. 하지만 이젠 모든 걸 겪고 나서야 깨닫는다.

사람 만나고 헤어지는 일, 붙었다 떨어지는 결속. 노력한다고 해서 처음과 같지 않다는 것을 멀어질 사람은 무슨 수를 써도 멀어지고, 만날 사람은 건너고 건너서 어떤 기가 막힌 우연으로라도 결국 만나게 된다. 있음과 없음은 서로의 자리를 내내 꿰찬다. 그러니까 있을 때, 누군들 지금 내 옆에 그 사람이 있을 때, 그때 잘해야 한다. 있을 때 충분히 즐거워야 한다. 지나가는 인연에 너무 목매지 말고 흩어질 지금, 지금 이 시간과 사람을 소중히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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