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서 속 당신은 늘 겨울만 찾았다. 하지만 나의 겨울은 그날 당신과 함께 죽었다. 유서 속 당신은 내게 겨울의 순수함을 사랑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나는 그 순수함에 의해 더욱 주악해졌다. 거리에서는 온갖 진혼곡이 두 귀를 틀어막고, 사치스러운 조명이 두 눈을 멀게 했다. 그럼 나는 또 당신의 그림자를 놓친다. 그럼에도 유서 속 당신은 또 입에 겨울을 담았다. 흰 서리를 머금은 문장은 비탄의 단말마로 가득하기만 했다. 당신은 뭐가 그렇게도 보고 싶어서 마지막까지 겨울을 울부짖었을까. 날선 공기와 차가운 바람은 매년 당신의 시간을 난도질만 하고 사라지는데. 그렇게 겨울을 사랑했던 당신은 뭐가 그렇게도 무서워서 계절을 등지고 도망쳤을까. 그런 주제에 뭐가 그렇게도 미련이 남아서 애통을 삼키고 죽으려 할까.
유서 속 당신이 겨울을 찾을 때면 나는 또 활자 앞에서 무너져내렸다. 수많은 문장들 속에 나에 대한 언급은 단 한 줄도 없어서 무너졌고, 당신은 겨울을 사랑했지만 나는 끝내 겨울을 사랑할 수 없어서 무너졌고, 당신과 함께 죽었다고 생각했던 겨울이 당신만 버리고 혼자 돌아와서 또 무너졌다. 나는 당신에게 마지막 순간까지도 버림받는구나. 어쩜 이리 세상은 비정할까. 아아, 겨울은 여전히 참으로 아름다우면서도 한없이 초라한 계절이구나. 오늘도 그 계절만 찾아대는 당신 앞에서 나는 끝내 당신만 찾았다.
diary/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