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927
맺고 끊음이 확실하지 않은 사람을 정말 싫어했다. 확실하게 결론 내리지 못하는 사람은 답답해 보였고, 애매한 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우정, 사랑 따위를 목숨이라고 생각하자면, 꾸역꾸역 연명해나가듯이 잡고 있는 관계는 정말 쓸모없다는 거다. 그렇게 내가 그은 선들이 거미줄이 되어 얽혀 날 조이긴 했어도, 어리석게 명확하고 확신 가득한 관계들이 꽤나 마음에 들었었다. 어느샌가, 내가 우정 따위, 사랑 따위라고 부르던 것들이 내 목숨보다 소중하고, 내 전부를 걸고서라도 지키고 싶은 존재가 되었다. 또, 때론 유한하지만 무한한 것 같은 기다림, 무의미하고 불확실한 선과 실없는 웃음 같은 흐릿함이 현명하다는 것도 안다. 믿음 같은 것도 없어도 된다. 있다는 게 조금 웃긴 이야기일수도. 어떻게 보면, 불안이..
2024. 4.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