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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새기며 보호되어 있는 글 입니다. 2024. 10. 17.
결국 또 사랑 언제 또 새로운 사람을 만나서 알아가고, 가까워지고, 사랑에 빠지고, 맞춰가고, 지지고 볶다가, 이별까지 하지? 그런 생각을 하면 삶이 지나치게 길었다. 그럭저럭 버틸만했던 일상들이 갑자기 열을 받아 늘어진 테이프처럼 축 처져 미지근한 소릴 내는 거다. 가뜩이나 지겨운 삶이 기한도 없이 늘어나 영영 나의 메마른 감정을 고문할 것만 같았다. 사랑 없는 삶을 살고 있지만, 사랑 없는 삶이라니. 하고 되뇌면 갑자기 삶을 대하는 태도가 생소해진다. 사랑했던 기억을 끄집어낸다. 다시 누군가를 그렇게 사랑할 수 있을까 고민한다. 음, 이젠 그것마저도 생소하다. 영 까마득하니 자신이 없는 거다. 과도기란 그런 법이다. 과거에도 현재에도 온전히 머무를 수가 없다. 그래서 괴로운 거지. 기약 없는 미래를 기약해야 하므로.. 2024. 10. 17.
20241004 유서 속 당신은 늘 겨울만 찾았다. 하지만 나의 겨울은 그날 당신과 함께 죽었다. 유서 속 당신은 내게 겨울의 순수함을 사랑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나는 그 순수함에 의해 더욱 주악해졌다. 거리에서는 온갖 진혼곡이 두 귀를 틀어막고, 사치스러운 조명이 두 눈을 멀게 했다. 그럼 나는 또 당신의 그림자를 놓친다. 그럼에도 유서 속 당신은 또 입에 겨울을 담았다. 흰 서리를 머금은 문장은 비탄의 단말마로 가득하기만 했다. 당신은 뭐가 그렇게도 보고 싶어서 마지막까지 겨울을 울부짖었을까. 날선 공기와 차가운 바람은 매년 당신의 시간을 난도질만 하고 사라지는데. 그렇게 겨울을 사랑했던 당신은 뭐가 그렇게도 무서워서 계절을 등지고 도망쳤을까. 그런 주제에 뭐가 그렇게도 미련이 남아서 애통을 삼키고 죽으려 할까. 유.. 2024. 10. 17.
영원의 존재 영원을 믿는 사람은 구태여 영원을 말하지 않는다. 오직 영원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는 사람만이, 혹은 의구심을 품은 사람만이 영원을 말한다. "당신을 사랑할게, 영원히."라는 말은 영원에 대한 믿음보다 그러고 싶은 바람을 훨씬 더 많이 함의한다. 그럴 수 없음을 알면서도, 막연히 그럴 수 있을 것도 같은 마음이 드는 것. 영원의 가치란 그곳에서부터 파생된다. 다시 말하자면 영원한 사랑을 말하는 일은, 이성으로 이해하는 개념을 뛰어넘는 일종의 초월성을 갖는다. 사랑의 본질에는 초월성이 있다. 기존에 내가 알고 있던 세계에 의구심을 품게 된다. 이게 맞나? 예전에도 이랬나? 이렇게 빨리? 내가 이렇게 변한다고? 같은 사유를 끊임없이 하게 된다. 나의 세계는 사랑으로 말미암아 확장된다. 조금 더 사랑할 때마.. 2024. 9. 30.
나의 유일한 벗에게 보호되어 있는 글 입니다. 2024. 9. 30.
20240930 삶의 의지를 무너지게 할 만큼 무더웠던 여름이 있었지만 꼭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할 만큼 찬란했던 여름도 있었다 삶의 의지를 녹아내리게 만들었던 여름이 있었기에 작디 작은 것들 사이로도 우리는 행복을 볼 줄 알게 되었다 그래, 모든 상황을 낭만의 장치로 취급해버리자 그 무더운 여름은 나를 죽이기 위해 찾아온 것이 아니라고 단지 나를 성장하게 만드는 무수한 순간들 중 하나였을 뿐이라고, 그렇게 말이다 너를 닮은 것이라면 나는 늘 곧잘 사랑해 버리곤 했다 가끔은 외로움을 이기지 못 해 가벼운 사랑을 했다 불안정한 것이나 건강하지 못 한 것들에게 쉽게 눈길이 갔다 순간 머물다 떠날 마음을 다정으로 착각해 마음을 베이기가 일쑤였다 네가 없는 여름 동안 나에게는 의미 없는 사랑만이 늘어갔다 여름이 남겨두고 간 것을.. 2024. 9.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