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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 다섯쯤 너는 나와의 미래에 대해 얘기할 때면 꼭 우리의 스물 다섯 이후에 대해 말하곤 했다. 왜 하필 스물 다섯이냐고 물으면 너는 그랬다, 그냥 스물과 서른의 중간이라 좋다고. 하지만 나도 안다. 너는 스물 다섯이 되기 전에 죽을 거라는 내 말이 사실이 될까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을. 그래서 스물 다섯의 약속을 자꾸만 하는 거라는 것을. 내가 언젠가 그랬었지, 사람은 아쉬운 게 있으면 삶이 아쉬워진다고. 봄 되면 벚꽃도 보고 여름 되면 바다에도 놀러가야지, 그리고 다음 겨울이 돌아오면 그때 죽어야지 하다가도 겨울에 붕어빵도 먹고 눈사람도 만들어야지, 겨울에 죽는 것은 너무 추우니까 다음 봄이 돌아오면, 그러니까 좀 더 날이 따뜻해지면 그 때 정말 죽어야지 하게 된다고. 그렇게 계속 죽음을 미루게 된다고. 네가 내.. 2024. 9. 25.
불쌍한 사랑 보호되어 있는 글 입니다. 2024. 9. 25.
20231031 보호되어 있는 글 입니다. 2024. 9. 25.
내 여름이자 청춘 서툴고 솔직하지 못 한 나는, 가끔 자고 있는 네 손을 만지작 거릴 때가 있다. 하고 싶은 말은 자꾸만 목끝까지 차오르는데 내뱉을 줄을 몰라 입 안에서 사탕처럼 굴리기만 하다 끝내 녹아버린다. 내뱉어지지 못 한 말은 혀 안에서 그대로 즉사하는데, 그 말들의 마음은 여전히 내 안에 남아 나를 괴롭힌다. 입 안에서는 감정들의 단내가 풍긴다. 미처 전해지지 못 한 감정들의 단내가 스멀스멀 올라온다. 종종 네 모든 것 하나하나에 감정이 일렁이는 나를 보며 내가 사랑 때문에 삶을 다짐하기도 하는 사람이었구나 느꼈다. 이런데 네가 내 청춘이 아니면 뭐겠니. 스물 둘의 뒤를 돌아보아도 여전히 네가 있을까. 그 때에도 내 청춘을 여전히 너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때가 되면 모든 것을 깨닫게 될까. 어쩌면 그때도 나는 .. 2024. 9. 23.
겨울이 참 길겠다 보호되어 있는 글 입니다. 2024. 9. 23.
20240923 이상하게도 너는 모든 계절에 존재한다. 난 사계마다 여름을 앓고, 지독한 여름 장마가 돌아오면 집 밖으로 나가는 일이 거의 없다. 고요한 밤이면 빗소리가 괜히 더 크게 울려퍼지는 듯 해 괴로워서 불면증은 더 심해지기가 일쑤다. 나는, 너랑 있을 때면 뭐랄까. 손금을 다 풀어헤치고 다시 조합해버리고 싶다는 그런 우스운 생각을 종종 하기도 했다. 너는 봄 같은 사람이지만 이상하게도 먹먹한 여름 같다. 꽃이 잔뜩 하늘에 휘날리고 사랑의 계절이라 불리는 봄이, 마치 늘 행복할 줄만 아는 너와 가장 어울리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네가 먹먹함을 품은 푸른 여름을 닮은 것 같다. 그냥 막연히 그런 생각을 자주 했다. 종종 우리가 스물이었던 그 해의 여름을 떠올릴 때면 그 날은 유독 밤이 길곤 했다. 어젯밤에는 여름이 .. 2024. 9.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