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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202326

20230616 변했나. 변하지 않았나. 우린 꼭 그런 것들을 생각했어. 마치 우리가 계절 그 자체인 것처럼. 너에게 보답을 하려면 내가 행복해져선 안 되나, 겨울을 지나 봄으로 가면 안 됐나. 아파서 네가 좋아졌고 아파하는 걸 알아채준 너라서 더 좋았는데. 나의 섬세함은 어느새 끝이 닳아간다. 보듬어주겠다 다짐했던 것들은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있고 허물을 벗겨낼 때마다 움츠러드는 아이가 있으니까. 평생 뒤쫓아도 영영 잡지 못할 것 같은 소매가 있어. 너나 나나 매일같이 처음 보는 분신들을 탄생시키니, 줄어들지 않는 간극은 당연하겠거니 하지. 영원하려면 성장을 멈춰야 한대서, 와중에 네가 지어다준 약 처방에 우울이 다 나은 것도 미안해하는 중이야. 바보 같이. 표면적인 우울에 속은 기분이 들 거야, 원래는 나랑은 다른 .. 2024. 9. 17.
20230414 복잡한 생각들이 나를 덮친다 끝이라는 말이 하고 싶은 걸까 이미 끝이 보이는 것을 보내지 못 해 질질 끌리는 것이 문제라 말 하나 수 없이 많은 생각들이 어느 하나 잡을 수도 없이 빙빙 돌아서 무슨 마음인지 알 수 없다 끝이라는 건 죽도록 싫지만 끝을 내야만 한다는 건 어렴풋이 느낀다 사랑이 맞았을까 아님 우린 그저 서로를 동정하였나 그때의 나는, 무언가 잘못되어간다고 여기면서도, 대체 뭐가 어떻게 얼마나 잘못되어가고 있는지 같은 건 전혀 이해하질 못했다 그저 손쓸 도리 없이 우주 반대편으로 멀어지는 너를 그리고 나를 우리를 황망히 지켜볼 따름이었다 매일 네가 할퀸 상처가 몸 구석구석에 남았다 근데 그게 좋았다 고통의 크기만큼 면죄 받는 기분이었다 비겁하지 감정과 감각은 등가교환할 수 없단 사실을 그때의.. 2024. 8. 29.
20230602 운 좋은 날이네요 푸른 하늘에 구름은 얼마나 태평한지 이 풍경이 나를 거듭 살고 싶게끔 만들어서 여름을 증오하지 못하게 만들어서 속이 울렁거렸습니다 사랑받고 싶은 마음, 그것이 큰 욕심이었다는 것을 죽음을 폐 속에 집어넣고 알았으므로 그것이 저의 유일한 후회입니다 아, 저는 끝까지 생존을 바라는군요 제 생을 이렇게 만든 주범은 어쩌면 저의 아픔을 잊었는지도 모르겠어요 그러나 그들이 내심 속 한편에 죽은 나를 두고 산다고 말하면 죄송합니다만, 그것만으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이 인간은 이미 불행을 넘어 폐허가 되어 버렸거든요 선생, 제가 어디까지 살 수 있을 것 같은가요? 나그네가 걷던 발걸음이 사후의 세계로 향하는 것만 같아 선생에게 묻습니다, 하면 선생은 대부분의 환자를 보듯 다리를 꼬고 앉으며 세상에.. 2024. 8. 28.
20230510 나에게 산다는 건 차들이 도로 위를 멈추지 않고 달리는 고속도로 한복판에 위험하게 서 있는 것과도 같은 일이다. 한없이 짙어지기만 하는 나의 밤에 지나간 것들을 생각하며 마음 아파하기도 한다. 가만히 서있어도 진이 빠지기만 하고, 내 마음은 항상 바다만을 찾고, 그 모두가 낯설어서 점점 무기력하게 혼자 죽어간다. 때론 뒤쳐져도 괜찮다는 말을 들어 본 적도 있지만, 그 말을 스스로 해준 적이 없어서 단 한 순간도 편히 있었던 적이 없었다. 이 끈질긴 불편함을 견디기 위해 내가 가진 온 힘을 써버려서, 내게 남은 힘이 별로 없어서 견디다 못해 무너져 버려서, 난 결국엔 죽고 말겠지. 나의 존재를 유의미하게 느끼기 위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나의 필요를 묻지만, 그 마저도 매번 확인해야하는 지치는 일이었기에 시.. 2024. 8. 19.
20231224 보호되어 있는 글 입니다. 2024. 8. 13.
20230204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적다보면, 마음이 온통 아픔으로 물들게 된다. 혼자 있는 게 싫지만, 기대했다가 상처받기를 반복한 적이 많아서 그냥 혼자가 되기로 했다. 마음을 말로 뱉으면 약속이 되고, 그 약속은 행동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사람들의 말은 너무나도 가벼워서 지켜지는 일이 잘 없으니 속으로 혼자 '역시나 그렇지' 하고 실망한 내 모습을 감추려 애를 쓴다. 특히나, 가볍게 넘어간 말들은 기억도 못하기 일쑤지만 나의 기준에 맞추어서 말의 경중을 정하게 할 수는 없는 법이다. 악순환이 거듭될수록 줄어가는 기대감에 속도만 더할 뿐이더라. 연락이 오지 않는 것만큼이나 사람과의 관계를 이어나가는 게 무섭고, 필요할 때만 이용당하는 내가 초라해진다. 나의 눈치와 예민함이 사람들의 환심을 사서 주위로 끌어당.. 2024. 8.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