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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종의 고백 마지막 눈조차 가차 없이 훌훌 털어 버리는 길가의 어느 저 나뭇가지처럼 세계는 시간의 균형을 유지한다는 이유로 수많은 사람을 낙오자로 만들었다. 사뿐한 봄에서 뜨거운 여름이 오면 다들 유행가 부르듯 힘겹게 여름을 좇았고, 우리도 다를 바 없이 봄으로부터 떠날 채비를 하느라 성급했고, 그것은 때때로 인간의 심연에서 여유를 추출하여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중한 편애를 쉬이 갈라지도록 만들기도 하였다. 지난한 이 시대에서 사랑만큼은 어떻게든 지키고자 애쓰던 이가 기어코 사랑을 혐오하게 되는 이유는 과거에 사랑을 지켜 내려던 혹자의 표독스러운 무기 때문일 테니 다 까놓고 보면 우리가 갈 길을 잃고 방황하는 것도 누구 하나를 탓할 수 없는 것이다. 그저 모두 우리 우리의 탓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이 사랑이 .. 2024. 8. 8.
영원히 봄이고 싶어요 세계가 겨울 뿐일 때. 그곳에 살던 사람들에게는 겨울이란 단어가 딱히 필요 없었을 것이다. 다른 계절의 존재를 몰랐으므로, 그것들과 구분될 필요도 전무했다. 나는 봄이 있단 사실을 알게 되고 나서야 역설적으로, 겨울이 얼마나 춥고 혹독한지 비로소 알게 되었다. 내가 버텨온 겨울의 고독을 그제야 이해하게 되었다는 뜻이다. 나는 고독을 이해하는 동시에 고독해졌다. 나를 둘러싸고 있던 세계가 단번에 고독뿐인 것으로 변모했다. 이해는 일방적이라 좀 폭력적인 구석이 있다고 그랬지. 내게 다른 계절이 있단 걸 알려준 사람이 했던 말이다. 나는 가끔, 차라리 내가 멍청했음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고독과 쓸쓸함을 이해할 필요 없는 세계에서, 그저 당신의 글자만 오독하면서, 그렇게 살면 어땠을까. 고독하지 않았을.. 2024. 8. 8.
20230830 보호되어 있는 글 입니다. 2024. 8. 8.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이별의 가장 큰 책임은 만남에 있는지라, 나는 누군가를 만나 사랑하는 일에 얼마간 회의적인 사람이 되었다. 만나지 않으면 헤어질 일도 없다. 일어나지 않으면 넘어질 일도 없듯이. 평생 그 자리에 뿌리박고 서서 혼자 살고 싶었다. 내 생에 할애된 모든 마음은 이미 다 소진했다고 여겼다. 그런 사람처럼 굴었다. 그 믿음은 과연 틀린 게 아니라, 나는 그 뒤로 오랫동안 누구도 사랑하지 않고 지냈다. 사랑. 사랑은 괴로움일 뿐이라던 애들을 많이 알고 지냈다. 처연한 낯으로 생의 가장 밑바닥에서 개연성 없는 문장을 빚어내던 애들. 이제 와서 말이지만 나는 그 자리에 속하는 게 싫었다. '이별'과 '만남'의 인과를 '마음을 저버리는 일'과 '믿음'에 그대로 대입할 수 있다면, 내가 모든 만남으로부터 이별을 꽃피웠듯.. 2024. 8. 7.
구원이란 꿈 내가 세상을 구하지는 못하더라도, 내가 후세에 이름을 남기지는 못하더라도, 내가 대단한 위인이 되지는 못하더라도, 나 너 하나에게만큼은 구원이고 싶은 꿈이 있다. 세상의 풍파를 모두 막는 방파제가 되고 싶었던 어린 시절 나의 야망은 그저 희생이 꿈이었던 듯 하다. 세상을 듣고 보고 자라서 어느샌가 나는 풍파에 같이 무너졌다가도 일어나는 강인함과 난간에 서있는 너에게 살아갈 용기를 주는 그런 구원을 꿈꾼다. 예쁘게 꾸며진 낭만을 얘기하는 게 아니라, 한 순간의 손길이 구원이 되기를 바라는 게 아니라, 책임이 따르고, 누군가의 원망이 따름에도 너와 나를 동일시하는 것. 바닥까지 가더라도 함께 추해지겠다고 다짐하고, 그 고통과 인내가 원래 나의 것이었다는 듯 감수하는 것. 나를 향한 너의 사랑을 바라는 것이 .. 2024. 8. 7.
20220805 보호되어 있는 글 입니다. 2024. 8.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