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90 20230914 한 때, 여름에 관한 글을 처음 쓰기 시작했을 때. 그때는 이 모든 게 순간 지나갈 나의 어린 마음이라 생각했다. 가만히 감정을 배출하는 방법을 몰라 글을 씀으로써 해소하는. 실제로 글을 쓰면 그나마 그리움이 덜어지곤 했으니까. 하지만 몇 년이 지난 지금도 나는 여전하다. 달라진 게 없다. 시간이 지나면, 해가 거듭되고 스물이 지나면, 그러면 다른 글을 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열 아홉의 내가 얼마나 오만했는지. 너는 왜 그토록 여름을 닮았는가. 덕분에 나는 여전히 여름을 서성인다. 여전히 여름을 그리워하고, 여전히 여름에 관한 글을 쓰고. 때 아닌 겨울에도 코 끝에 네가 쓰던 향수 냄새 스치면 눈물이 핑 돈다. 목이 메여오고, 눈 시울은 붉어지는데 입조차 거짓말을 할 줄 모른다. 낮게 네 이름을 읊는.. 2024. 9. 20. 20230616 변했나. 변하지 않았나. 우린 꼭 그런 것들을 생각했어. 마치 우리가 계절 그 자체인 것처럼. 너에게 보답을 하려면 내가 행복해져선 안 되나, 겨울을 지나 봄으로 가면 안 됐나. 아파서 네가 좋아졌고 아파하는 걸 알아채준 너라서 더 좋았는데. 나의 섬세함은 어느새 끝이 닳아간다. 보듬어주겠다 다짐했던 것들은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있고 허물을 벗겨낼 때마다 움츠러드는 아이가 있으니까. 평생 뒤쫓아도 영영 잡지 못할 것 같은 소매가 있어. 너나 나나 매일같이 처음 보는 분신들을 탄생시키니, 줄어들지 않는 간극은 당연하겠거니 하지. 영원하려면 성장을 멈춰야 한대서, 와중에 네가 지어다준 약 처방에 우울이 다 나은 것도 미안해하는 중이야. 바보 같이. 표면적인 우울에 속은 기분이 들 거야, 원래는 나랑은 다른 .. 2024. 9. 17. 20240831 장마철이 시작되면 한없이 불안해진다. 하루 온종일 쏟아져내리는 비가, 그냥 나를 그렇게 만든다. 여름이 되면 유독 사랑하는 일이 잦아진다. 그 중에서도 유난히 불안정하고 불완전한 것들을 사랑하곤 했었다. 낯선 것들에게서 쉽게 다정을 얻고, 호기심을 사랑이라 믿고, 외로움을 외면하고, 불안함을 사랑으로 해소하는 나쁜 버릇이 생긴다. 안정적이고 완고한 것들을 사랑하다 보면 나도 언젠가 그렇게 될 거라 믿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안정적인 것을 사랑할 때보다 불안정한 것을 사랑할 때 나는 더 행복했다. 나만 불안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으로부터 받는 위안, 모순적인 위로. 그것이 나를 종종 숨 트이게 했다. 그건 결코 건강하지 않은 사랑이라는 것을 알면서 말이다. 공허함으로 변해버린 것들을 겨우 등지고 살만해진 .. 2024. 9. 15. 너에게 가는 숙명 보호되어 있는 글 입니다. 2024. 9. 14. 20240914 보호되어 있는 글 입니다. 2024. 9. 14. 20240906 십중팔구 오차투성인 삶이다. 세상 속 자아는 거듭 마찰을 일으키느라 분주하고, 사랑조차도 한낮의 꿈처럼 흩어진다. 그 수많은 전쟁을 손에 움켜 쥐고 동틀녘을 바라보던 청년들이 여기에 있다. 모진 말들에도 죽지 않고 아득바득 살아내며, 은둔하듯 연명하는 자들이 여기에 있단 말이다. 편지를 쓰는 마음은 늘 어리석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숨기지 않되, 상대를 무자비하게 난도질해선 안 되니까. 그것이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그리하여 나는 많은 말들을 줄인다. 그런데, 그대가 어엿하게 무르익으려 한다. 외곬 속으로 어린 몸집을 감춘다. 그럼 나는 속으로 기도하고 싶은 욕망을 움켜쥔다. 간사할지도 모를 이 마음이 정녕 당신을 위한다고 할 수 있을까. 그저 우리의 엔딩이 누군가의 아픔을 묵과하는 모습은 아니어.. 2024. 9. 9. 이전 1 2 3 4 5 6 7 ··· 1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