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90 20240821 몇 달간 내가 애인을 얼마만큼 사랑하는지를 적어 남겼다. 그러다 보면 필연적으로, 이제는 애인이 나를 얼마만큼 사랑하는지 같은 게 궁금해질 수 밖에 없다.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러나 마음이란, 유동적인 동시에 일정한 형태 없이 주상적이기 마련이다. 모든 감정이 유일무의하고, 각각의 조도와 명도, 방향과 세기를 지니고 있다. 매일의 바람의 세기와 볕의 강도가 다르듯이, 나는 애인의 마음을 명확히 할 도리가 없었다. 지난 일주일간 나는 애인의 마음을 유추해보려 애썼다. 아랫배 부근에서 일정한 온도로 몸을 데우는 허기가 자꾸만 나로 하여금 사랑 근처를 배회하게 만들었다. 애인의 마음을 조금 더 명백히 밝힐 수 있다면, 그럴 수만 있다면, 이 허기와 갈증을 얼마간 해소할 수 있을 것도 같았다. 한편으론 모든 시.. 2024. 8. 21. 20230510 나에게 산다는 건 차들이 도로 위를 멈추지 않고 달리는 고속도로 한복판에 위험하게 서 있는 것과도 같은 일이다. 한없이 짙어지기만 하는 나의 밤에 지나간 것들을 생각하며 마음 아파하기도 한다. 가만히 서있어도 진이 빠지기만 하고, 내 마음은 항상 바다만을 찾고, 그 모두가 낯설어서 점점 무기력하게 혼자 죽어간다. 때론 뒤쳐져도 괜찮다는 말을 들어 본 적도 있지만, 그 말을 스스로 해준 적이 없어서 단 한 순간도 편히 있었던 적이 없었다. 이 끈질긴 불편함을 견디기 위해 내가 가진 온 힘을 써버려서, 내게 남은 힘이 별로 없어서 견디다 못해 무너져 버려서, 난 결국엔 죽고 말겠지. 나의 존재를 유의미하게 느끼기 위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나의 필요를 묻지만, 그 마저도 매번 확인해야하는 지치는 일이었기에 시.. 2024. 8. 19. 20240816 이뤄질 수 없는 소원이 있었다. 삶의 주체가 되고자 했던 나는 감히 세상의 흐름도 손아귀에 쥐고 싶어 했다. 그렇게 나는 삶이라는 게 내 뜻대로 살아질 수 있는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어릴 적 꾸었던 꿈이 무색해지게도, 어른이 된 내가 마주한 것은 낭만의 죽음. 삶은 의지를 잃었을 때 비로소 무너진다. 한 번 되살아난 무기력은 도저히 걷잡을 수가 없어서. 그것들은 세포가 분열하듯 순식간에 삶을 집어삼키는 존재. 어쩌면 나태에 잠식된 삶은 혼란과 쾌락으로 가득한 하나의 미궁 같은 것. 나는 지금 그곳에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벗어날 수가 없는, 그런 곳. 온갖 거짓과 합리로 점철된 그곳에 있다. 이곳은 자칫하면 나도 모르게 아늑해져서 끝내 온몸을 전부 던지게 되는, 그런 곳. 사라진다는 것은 뭘까. 내가.. 2024. 8. 16. 얄궂은 일들 보호되어 있는 글 입니다. 2024. 8. 14. 20231224 보호되어 있는 글 입니다. 2024. 8. 13. 20221026 타인의 고통을 이해할 수 있다고 믿는 일은 어리석다. 직접 경험해보지 못한 고통에 관해 우리는 그저 어렴풋이 짐작할 수만 있을 뿐이다. 상상력은 무한하다고 하지만, 어차피 내가 상상할 수 있는 영역이란 거, 기존에 알고 있던 지식의 범주 내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할 게 명백하니까. 그러므로 "네가 얼마나 힘든지 알아." 같은 말은 하지 않는 편이 낫다. 최소한의 이해를 동반하지 못하는 공감은 좀 폭력적이라고 여긴다. 러닝머신 위에서 42.195km를 달리는 것과 실제 마라톤을 완주하는 일이 완벽히 다른 것처럼, 경험해보지 못한 괴로움과 나 사이엔 넘겨짚을 수 없는 벽이 있다. 그런 연유로 그 사람이 내게 건넨 위로는 러닝머신 위에서 하는 헛발질과 비슷한 거였다. 그러므로 나는 동감해줄 수가 없는 것이다. .. 2024. 8. 9. 이전 1 ··· 3 4 5 6 7 8 9 ··· 1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