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90 일종의 고백 마지막 눈조차 가차 없이 훌훌 털어 버리는 길가의 어느 저 나뭇가지처럼 세계는 시간의 균형을 유지한다는 이유로 수많은 사람을 낙오자로 만들었다. 사뿐한 봄에서 뜨거운 여름이 오면 다들 유행가 부르듯 힘겹게 여름을 좇았고, 우리도 다를 바 없이 봄으로부터 떠날 채비를 하느라 성급했고, 그것은 때때로 인간의 심연에서 여유를 추출하여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중한 편애를 쉬이 갈라지도록 만들기도 하였다. 지난한 이 시대에서 사랑만큼은 어떻게든 지키고자 애쓰던 이가 기어코 사랑을 혐오하게 되는 이유는 과거에 사랑을 지켜 내려던 혹자의 표독스러운 무기 때문일 테니 다 까놓고 보면 우리가 갈 길을 잃고 방황하는 것도 누구 하나를 탓할 수 없는 것이다. 그저 모두 우리 우리의 탓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이 사랑이 .. 2024. 8. 8. 20240806 그간의 연애를 되돌아보면 좀 건강하질 못했다. 그건 내가 가지고 있는 연애관의 문제였다. 그러니까 애초에 근본부터 조금 어긋나있던 것이다. 나는 서로의 생에 깊이 관여하는 연애, 서로에게 서로의 생을 얼마간 위탁하고서 자아의 일부분을 잘라내 서로의 안에 구겨 넣는 연애를 해왔다. 누군가 내게 의지하고, 내가 없으면 곧 죽어버릴 것 같단 말을 들으면서 나의 쓸모를 실감했다. 쓸모의 실감. 내 연애는 오직 나의 쓸모를 확인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다. 그러므로 건강할 수도 없는 것이다. 사실은 이런 자각도 없었다. 애인을 만나기 전까지는. 꿈에서 깨어난 뒤에야 비로소 그것이 꿈인 것을 알아채는 것처럼, 나는 애인을 만나고 나서야 그간 해온 연애가 조금 잘못된 방향성을 가지고 있었단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무.. 2024. 8. 6. 사랑이라 믿었던 것들 눈을 감으면 꿈속에서 그 사람을 보았다. 이제 이 생에서 볼 수 없는, 나의 흑백이 되어 버린 슬픈 그림자. 다시 눈을 뜨면 현실로 돌아왔으나 이곳은 주야를 가리지 않는 고독한 지옥이었다. 내 독방에선 퀘퀘한 냄새가 났고 인간들에게선 밤마다 구역질하는 소리가 들렸다. 죄다 지겨울 만큼 모멸스러웠다. 의지할 곳 없는 무심한 세상에서 사랑을 기대하고 사랑을 희망하고 사랑을 용서했다는 이유로 순진무구하다는 소릴 들었고, 나는 단지 나라는 이유로 죄인이 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 낭만, 글자, 청춘. 그러나 이것은 타인에게 득이 되지 않았으므로 내가 잠시라도 입술에 올릴 때마다 역겹다는 시선을 받았다. 이 모든 것은 마치 나를 이 지구에 잔존해선 안 되는 오물처럼 느끼게끔 했다. 내가 사랑했던 정인도 다정했던.. 2024. 8. 5. 20230204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적다보면, 마음이 온통 아픔으로 물들게 된다. 혼자 있는 게 싫지만, 기대했다가 상처받기를 반복한 적이 많아서 그냥 혼자가 되기로 했다. 마음을 말로 뱉으면 약속이 되고, 그 약속은 행동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사람들의 말은 너무나도 가벼워서 지켜지는 일이 잘 없으니 속으로 혼자 '역시나 그렇지' 하고 실망한 내 모습을 감추려 애를 쓴다. 특히나, 가볍게 넘어간 말들은 기억도 못하기 일쑤지만 나의 기준에 맞추어서 말의 경중을 정하게 할 수는 없는 법이다. 악순환이 거듭될수록 줄어가는 기대감에 속도만 더할 뿐이더라. 연락이 오지 않는 것만큼이나 사람과의 관계를 이어나가는 게 무섭고, 필요할 때만 이용당하는 내가 초라해진다. 나의 눈치와 예민함이 사람들의 환심을 사서 주위로 끌어당.. 2024. 8. 5. 20240712 누군가를 진심으로 좋아하게 되면, 나 또한 그 사람에게 더 좋은 사람이 되고만 싶어진다. 진종일 그 사람이 나를 찾아주기만을 오매불망 기다리게 되는 것과 동시에, 내게 주어진 하루를 더 열심히 살며 보다 멋진 사람이 되고자 힘껏 노력하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이는 비단 억지스러움과는 꽤 먼 거리가 있는 일이다. 골머리를 앓을 만큼 애쓰지 않더라도, 몹시 자연스럽게 두루 생각하고 또 행동하게 되는 법이니까. 아무도 시키지 않았고 등 떠밀지 않았지만, 평소였다면 시도조차 하지 않았을 일 앞에 무척이나 도전적이고 상기된 모습으로 임하게 된다. 그 사람에게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닿을 수 있다면, 그 사람에게 나의 장점이라며 꺼내놓을 수 있는 것을 하나라도 더 얹을 수만 있다면, 세상에 못 할 것이 없는 사람이 .. 2024. 7. 31. 또다시 사랑 다시는 사랑하지 않으려 했다. 내가 드러낸 치부는 약점이 되고, 지나간 사랑은 더 이상 정으로 남지도 못하게 되니까. 한창 사랑을 하던 그때의 나는 시간이 지나면 트라우마가 되었고, 어떤 사랑은 흑역사라고 불리며, 불타오르던 사랑은 한순간에 한 줌의 재가 되어 우리가 서로 알지도 못하던 때로 돌아가고 나니 그 얼마나 부질없는 일인지. 늘 특별하다 생각했던 나도 흔해지고 평범해졌나. 사랑을 하다 망가진 나를 마주하기가 무서웠고, 되돌려놓을 자신은 없었다. 다시는 하지 않으려던 사랑이었는데, 다정한 사람을 만나서 손을 잡고 여러 계절을 울고 웃었다. 너무 깊어져 버리고 커져버린 마음은 잠잠할 날이 없었지. 혼자만의 불안으로 상한 기분은 나아지질 않아서 이유 없이 짜증을 내다가도 네가 금방 싫증 나서 날 떠나.. 2024. 7. 30. 이전 1 ··· 4 5 6 7 8 9 10 ··· 1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