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366 신념이란 허상 신념을 가진 자들은 두려움을 모른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비틀어진 신념에 미친 것들이었다. 그들은 본인이 생각하는 정의의 기준에 세상을 맞추려고 하기에. 상실의 고통은 그들을 삼키지 못한다. 진정으로 잃을 것이라고는 본인의 굳은 믿음뿐이니까. 그렇기에 그들은 망설임 없이 자신들의 육체를 세상에 내던질 수 있는 것이었다. 육신은 으스러져 부패되어도 그들이 사랑하다 못해 절절히 목을 매는 이념은 이 땅 위에 영원토록 기억될 것이니. 허나 그것은 터무니없는 비약으로 스스로의 눈을 가리는 짓의 반복이니, 결코 그들을 올바른 실존의 길로 인도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들은 종종 삶의 목적을 논하는 과정에서 명예를 제시한다. 오직 명예를 좇으며 자신의 암담한 운명을 타개하려 들었던 아킬레우스의 이름을 각자의 .. 2024. 8. 22. 최악의 엔딩 보호되어 있는 글 입니다. 2024. 8. 22. 20220812 솔직히 말하면 스스로를 내리깍는 것만큼 쉬운 일도 없다. 나처럼 한심한 사람들이 동시대에 여럿 살아 숨쉬고 있으려나. 일찍이 눈을 떠도 두세 시간이고 잠잠히 침대에서 산송장같이 자빠져 있는 사람이 있으려나. 휴대폰을 보다가 더 이상 할 게 없어서 또 휴대폰을 들여다보는 사람이 있으려나. 유년 시절 당연하다는 듯 배웠던 양치와 세수, 샤워 그리고 아침밥, 방 청소같은 습관들을 이렇게까지 막무가내로, 불규칙하게 할 수가 있다니. 연명하듯이 겨우겨우 살아내는 것도 이렇게나 어려운 일이었다니. 맘먹은 행동 하나 옮기는 데에만 몇십 분 소요돼서 이쯤 되면 그냥 잠자코 살다 가는 게 최선일 거란 생각까지 들어. 열여덟 때엔 그저 넓은 집 거실 안에 작디작은 내 어둠의 방 하나쯤 키우는 느낌이었는데, 그에 비하면 지.. 2024. 8. 22. 스친 바람처럼 삼류소설에나 나올 법한, 그런 보잘것없는 사랑이었어요. 그는 나의 존재도 모르는데도 오직 나만 그를 열성적으로 좋아했던, 그런 사랑 말이에요. 그의 그림자는 늘 길었어요. 그래서 멀리서도 그의 흔적을 좇는 건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었어요. 근데 나는 매번 지켜보는 것밖에 하지 못해서, 그래서 나는 그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녹빛의 잔디마저 질투했어요. 그 형상은 결코 내가 쥘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말이에요. 그러나 현실에는 그의 궤적만을 집착적으로 붙잡는 나만이 홀로 존재할 뿐이었죠. 모든 사정거리의 밖에서. 나를 스친 바람이 부디 그에게도 스쳐주기를 내심 바라면서. 그리고 그가 스친 바람의 궤도를 좇다가 마침내 나의 존재도 발견하기를 바라면서. 그렇게 아무런 접점이 없는 우리가 이렇게나마 이.. 2024. 8. 21. 사랑의 본질 보호되어 있는 글 입니다. 2024. 8. 21. 20240821 몇 달간 내가 애인을 얼마만큼 사랑하는지를 적어 남겼다. 그러다 보면 필연적으로, 이제는 애인이 나를 얼마만큼 사랑하는지 같은 게 궁금해질 수 밖에 없다.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러나 마음이란, 유동적인 동시에 일정한 형태 없이 주상적이기 마련이다. 모든 감정이 유일무의하고, 각각의 조도와 명도, 방향과 세기를 지니고 있다. 매일의 바람의 세기와 볕의 강도가 다르듯이, 나는 애인의 마음을 명확히 할 도리가 없었다. 지난 일주일간 나는 애인의 마음을 유추해보려 애썼다. 아랫배 부근에서 일정한 온도로 몸을 데우는 허기가 자꾸만 나로 하여금 사랑 근처를 배회하게 만들었다. 애인의 마음을 조금 더 명백히 밝힐 수 있다면, 그럴 수만 있다면, 이 허기와 갈증을 얼마간 해소할 수 있을 것도 같았다. 한편으론 모든 시.. 2024. 8. 21. 이전 1 ··· 15 16 17 18 19 20 21 ··· 6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