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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했던 선생님께 그래서 선생님. 지금의 저는 선생님이 바라던 제가 되었나요? 건강한 감정들을 찾아내 빛날 줄 아는 청춘이 되었냐구요. 그 무더운 땡볕 아래 서서 알고도 모른 척 허공이나 응시하던 시간들이 이제야 제 값을 하나 싶어서 여쭤봐요. 보기 드문 순애보를 무시한 보람이 있었나요. 제가 그 당시에 했던 사랑이 실은 조금 어리고 특이했다고 고백합니다. 미치게 보고 싶다고 해도 그건 정말로 사랑하는 게 아니었어요. 되려 질릴 대로 질려버려 이제 끝내도 된다고 다짐했을 때가 가장 사랑과 유사했을지도요. 어거지로 연명해온 서사가 결국 끝난 줄로만 알고 지워버린 후였대도 사랑하지 않는 게 아니었어요. 지금 혹은 언젠가 나중에 도로 그 시절을 되찾는대도 그때 가서는 사랑이 아닐 거고요. 자존심도 없는지 어느 날은 짜증으로, .. 2024. 7. 26.
사랑이란 신 내가 사랑하는 것, 이를테면 당신의 목소리, 손짓 하나하나가 환상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가끔 해. 이런 생각을 하는 나를 탐탁지 않아 하겠지만, 나는 불안하니까. 나는 당신이 언제든 떠날 수 있는 사람이란 걸 아니까. 시뮬레이션을 그날이 올 때까지 돌리는 거야. 아무 소용 없는걸 알면서도 계속 돌리면 나아질 거라는 멍청한 희망을 가지게 되니까. 당신이 나를 사랑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뭐였어? 나는 당신의 다정함이 참 좋았어. 짓밟아도 기꺼이 자라나는 괴물 같은 결핍들을 바라보는 눈초리가 나와는 달라서, 당신의 도처에 깔린 다정한 말투 말고, 그 속에서 아름답게 피어나는 문장들. 살가웠고, 우연 같지 않았어. 그래서 그때부터 나도 모르게 하나씩 문을 연 거야. 거짓말처럼 당신이 바라는 대로 된 거야. .. 2024. 7. 26.
20240620 보호되어 있는 글 입니다. 2024. 7. 26.
겨울의 내가 나는 여전히 겨울이 좋아 나이를 먹어도 시작보다는 끝을 좋아하는 건 변하지를 않더라 끝은 언제나 서글프고 아프고 고통스러웠지만 시작은 두렵지만 어설픈 설렘이라도 있지 하지만 나는 늘 죽는 것보다는 산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더 컸어 이상하게도 계속되는 영원 같은 건 관심이 없고 그 후가 뭔지 알 수 없는 끝이 좋더라고 누군가에게도 죽고 싶다는 말 한번 입 밖에 낸 적 없었지만 어김없이 죽고 싶어질 때면 죽고 싶다는 말이 가득한 문장들을 썼어 내 문장에 살고 싶다는 말은 없어도 내가 쓴 문장들이 살아있었으면 했거든 죽고싶다는 말은 힘이 없다는 걸 알아버린 터라 많은 것이 어렵지만 죽고싶다는 말 없이도 죽은 문장까지 아꼈어 그런데 요즘은 문장을 쓸수록 내 속의 뭔가가 고갈되는 것 같아 그래서 내가 죽은 문장.. 2024. 7. 25.
늦은 후회 보호되어 있는 글 입니다. 2024. 7. 25.
20240725 나를 완전히 망가지게 두지 않는 사람 하나 덕에 살아낸다. 발을 헛디뎌 하염없이 낙하하는 나를 단번에 건져 올리는 사람. 쏟아내지 못해 사방으로 부풀어 오른 내 이야기를 애써 들어주는 사람. 돈 십 원 한 푼 받지 않고도 내 푸념을 귀담는 사람. 내가 줄 수 있는 건 고작 가난한 애 정뿐이지만, 나는 그들에게서 사라지지 않을 행복과 과장 조금 보태어 새 것의 삶을 얻어낸다. 그러는 나는 괜한 농담 같은 말씩이나 툭툭 건네며, 벅차오른 감사를 가벼운 척 깊숙이 전한다. 삶이란 본디 꽤 쓸쓸한 것이기에 그 고독의 영향권 속에 정통으로 속해버린 사람은 필사적으로 애정할 존재를 만들며 살아간다.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필수적 수단으로써. 무언가를 마음 다해 사랑하지 않고서는 쉽게 다리가 후들거려 주저앉기 일쑤이기.. 2024. 7. 25.